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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했던 30대 아빠를 앗아간 '조선 구조조정 그늘'
김윤수 기자  |  khg3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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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28  12: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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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했던 30대 아빠를 앗아간 ‘조선 구조조정 그늘’

성동조선 7년차 노동자였던 지씨

젊다는 이유로 지난해 ‘표적 퇴직’

알바 전전하며 홀로 아들 키우다

하청노동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크레인 와이어 분리사고로 숨져

중소업체 노동자 안전사각서 고통


조선소 노동자 지모씨(34)는 2011년 26세 나이로 경남 통영에 있는 성동조선해양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조선업이 최고 호황기를 지나 차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시점이다. 성동조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외환파생상품인 키코(KIKO)로 인한 환차손 피해가 1조5000억원이나 났다. 당시 20여개 중소 조선소가 도산했다. 성동조선은 살아남았지만 2010년부터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경향신문

블록이 떨어진 사고 현장 모습. 금속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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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씨는 성동조선의 ‘로드아웃반’에서 일했다. 육상에서 건조한 배를 레일에 들어올려 ‘플로팅 독’이라는 ‘배를 싣는 배’에 올리는 작업이다. 공정에 쫓겨 선박 건조작업과 함께 진행되면 위험할 수 있는 업무다.

입사 직후부터 지씨는 고용불안을 겪었다. 2013년 노동조합이 설립되자 위기를 느낀 생산직 노동자들 거의 모두가 노조에 가입했다. 노조의 계속된 투쟁에도 회사는 지난해 4월 대규모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같은 해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생산직 213명 등 총 362명이 희망퇴직했다. 주로 젊은 직원들이 ‘표적’이 됐다. 성동조선에서 꼬박 7년을 일한 지씨도 그때 회사를 나왔다

미래가 보이지 않아 회사를 나오긴 했지만 지씨는 곧바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는 잇따라 발표한 조선업 대책에서 “통폐합한 중소 조선소 해고자들이 다른 업체로 고용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달랐다. 조선업 경기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지씨 경력으로 조선소 일자리를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지씨는 단기 아르바이트로 학원차 운전을 하며 유치원생 아들을 홀로 키웠다.

몇 달 전 지씨는 성동조선 동료였던 구모씨(35)에게 “조선소 아는 사람 소개로 ‘크레인 신호수’를 하러 간다”고 했다. 조선소 일을 잘 아는 구씨는 “조심하라”고 했다. 그렇게 퇴직 1년여 만인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에 선박 블록을 납품하는 업체의 사내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 지씨가 이곳에서 맡은 업무는 과거 하던 일과는 전혀 달랐다. 신호수는 크레인이 화물을 들어올릴 때 밑에서 수신호 등으로 크레인 기사에게 작업 상황을 전달한다.

일을 시작한 지 두 달쯤 된 지난 26일 지씨는 작업 도중 사고로 숨졌다. 600t에 달하는 골리앗 크레인이 받침목 위에 10t짜리 철제 구조물을 내려놓고 전도 방지 조치를 하지 않은 게 발단이었다. 크레인의 ‘와이어 샤클(걸쇄)’이 풀리면서 철제 구조물이 지씨를 그대로 덮쳤다.

사고는 전형적인 ‘인재’였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에 따라 사전조사를 진행하고 안전대책이 포함된 작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안전한 상태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표준작업지도서도 없었다.

구씨는 지씨에 대해 “항상 긍정적이고 힘든 업무를 하면서도 동료들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었다”며 “밤새 일하고 아침에 퇴근할 때 함께 국밥을 먹곤 했는데 갑작스러운 죽음에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조선소와 그 주변 노동자들은 지씨와 비슷한 위험에 처해 있다. 성동조선은 2020년 말까지 모든 생산직 노동자를 무급휴직시키기로 했다. 많은 성동조선 무급휴직자들이 다른 조선소에서 다단계 하청구조의 가장 말단인 ‘물량팀’에서 일하고 있다. 역시 무급휴직 중인 구씨는 아침마다 인력사무소를 찾아가 일용직 건설노동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대형 조선소는 서서히 수주가 늘며 최악의 불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중소 조선소 노동자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성동조선 노동자들이 내년 말 무급휴직을 마치고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3차까지 유찰된 성동조선 매각은 오는 30일 4차 공고가 나지만 전망은 어둡다. 강기성 금속노조 경남지부 성동조선해양지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중소 조선소의 산업적 측면을 다시 보겠다고 해 잠시 희망을 가졌지만 박근혜 정부 때 구조조정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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