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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샷 찍고 패러디하고---계단, 영화狂의 성지가 되다
이복식 기자  |  khg3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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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24  12: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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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샷 찍고 패러디하고… 계단, 영화狂의 성지가 되다

영화 '조커'의 명장면 '계단 춤' 관객들 패러디하며 관광 명소로

신분상승 욕구의 상징물인 계단… '기생충' '하녀' 등에서도 등장

리듬과 미학의 도구로 쓰이기도

"우범 지대로 불리는 동네에 관광객들이 몰려가 '조커 춤'을 추고 있다." 지난 20일 CNN·로이터통신·데일리메일 등 외신이 미국 뉴욕 브롱크스 셰익스피어가 167번지에 있는 계단이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일명 '조커 계단'에서 찍은 인증 샷이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도배하는 중이다.

올해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고, 한국에서만 지난 22일까지 464만명을 동원한 영화 '조커'에서 주인공 아서(호아킨 피닉스)가 광기에 젖어 춤을 췄던 바로 그 계단이다. 이 장면에서 아서는 계단을 미끄러지듯 내려가며 몸을 움직인다. 자신을 속박하던 모든 굴레를 벗어던지고, 악인(惡人)으로 거듭나는 문제적 장면. 아서의 가뿐한 발놀림은 섬뜩하다. 아찔한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진다.

◇상승이냐, 추락이냐

'조커'에서 계단 장면은 추락을 뜻한다. 고담시(市)의 시위가 2011년 '월가 점령 시위'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조커'는 또 다른 계급 우화로도 읽힌다. 밑바닥 인생을 견디며 힘겹게 계단을 오르던 아서는 어느 순간 평범한 삶을 향한 의지를 놓아버린다. "인생은 비극인 줄 알았는데, 망할 코미디였다." 계층 이동을 포기하고 피비린내나는 범죄를 저지르면서 조커의 마음은 오히려 가뿐해진다. 나락으로 떨어지는데도 즐겁다. 내리막이 그에게는 곧 오르막이다.

조선일보

영화 ‘조커’에서 주인공 아서가 광기에 젖어 계단을 내려가며 춤추는 모습. 이 장면 덕에 실제 촬영지인 미국 뉴욕 브롱크스 셰익스피어가 167번지 계단이 화제다. CNN 등 외신은 ‘조커 계단’이 뉴욕의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됐다고 보도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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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정 영화평론가는 "영화 속 계단은 불가능한 상승을 가능케 하는 원초적 함의를 품고 있다"고 했다. 계단은 종종 신분 상승의 욕구를 나타내는 상징물로 사용돼왔다.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도 그렇다. 반지하에 사는 기택(송강호)네 가족은 계단을 오르고 올라 박 사장(이선균) 집에 도착하지만, 결국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비극을 맞는다. 봉준호 감독은 이 장면을 찍을 때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 계단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상류층에 진입하려는 중산층, 신분 상승을 꿈꾸는 여공의 욕구가 뒤엉켜 파국을 맞는 클라이맥스도 계단에서 빚어진다.

계단에서 항상 비극만 벌어지는 건 아니다. '타이타닉'(1998)에서 1등 칸 승객인 로즈(케이트 윈슬릿)와 3등 칸에 올라탄 잭(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이 만나는 무도회장에도 거대한 계단이 있다. 홍수정씨는 "'타이타닉'의 계단이 신분 상승을 놀이처럼 즐기면서 사랑까지 누렸던 낭만적 장소였다면, '기생충'의 계단은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지만 결국엔 미끄러져 떨어지는 절벽 같은 곳"이라고 했다.

◇힘과 리듬의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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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기생충’에서 기택네 가족이 사는 동네의 계단과 김기영 감독 작품을 리메이크한 임상수 감독 ‘하녀’ 속 계단. /CJ엔터테인먼트·미로비젼

그동안 많은 감독이 계단을 애용했다. 세르게이 에이겐슈타인 감독의 '전함 포템킨'(1925)은 6분 동안 아이가 탄 유모차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모습과 민간인을 학살하는 군인들을 교차해 보여주는 장면으로 유명하다. '현기증'(1959) '사이코'(1960) 등 여러 영화에서 계단을 즐겨 썼던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은 "계단은 굉장히 포토제닉하다"고 말했다.

홍수정씨는 "계단은 영화에 리듬을 준다"고 했다. "네모난 층계가 화면을 가로로 분할하고, 인물은 그 위를 오르내리는데 이때 또각또각 소리가 더해지죠." 손시내 영화평론가는 "영화에서 계단을 잘 사용하면 독특한 힘을 갖는 기이한 공간이 된다"고 했다. "단순한 상징, 배경을 넘어 영화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하는 미학적인 도구"라는 얘기다.

<이복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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